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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도시 베를린?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여성의 도시 베를린?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오마이뉴스 0 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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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베를린의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유명한 니콜라이 구역의 에프라임 팔레(Ephraim-Palais) 박물관에서 <베를린-여성의 도시, Berlin-Stadt der Frauen>라는 전시가 열렸다.

 

전시 내용은 남성 중심으로 서술되어 온 베를린의 지난 150년간의 역사를 여성 20명의 삶과 경력을 바탕으로 어떤 차별이 존재했는지, 어떻게 그 차별을 극복해나갔는지, 그리고 그들이 베를린이란 도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전시에 있었던 몇 가지 사실들은 지금 독일 사회에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남녀차별적인 내용이었다. 독일에선 1949년에 헌법을 통해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혼인한 여성은 1958년까지 남편 동의 없이 노동계약을 맺을 수 없었다. 또한, 1962년까지 남편의 동의 없이 통장 개설을 할 수 없었다. 1977년이 돼서야, 혼인 여성의 이런 제약들이 폐기되면서 여성은 남성과 헌법에 명시된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되었다. 또한, 1994년이 돼서야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권리가 생겼다. 이 내용은 19세기의 이야기가 아니라, 20세기에 있었던 변화였다.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인 것이다.

지금 베를린은 어떤 상황일까? 베를린은 이제 남녀차별이 없는 곳이 되었을까? 베를린 건강, 양호, 평등부의 상원의원인 디렉 코랏은 지난 8월 말 있었던 베를린 주의 평등법(Gleichstellungsgesetz)의 변환에 관한 보고에서 "우리는 당연히 베를린이 여성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여성이) 위로 올라갈 공간이 남아있다"라고 덧붙였다. 주 정부가 목표했던 사항들을 대부분 이뤄냈지만, 여전히 남녀평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보고에서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주정부 소속 기업의 대표 및 이사의 여성 비율이 40%로 독일 연방 평균인 16%에 비해 월등이 높았고, 주정부 산하 감독위원회 중 47.5%가 여성으로 남녀 동수에 가까워지며 수치상으로는 남녀평등에 좀 더 다가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학 교수의 31.4%는 여성으로 독일 연방 평균인 22.7%에 비해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판사의 경우는 절반 이상을 여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각종 기관의 상위 조직에서 하위 조직으로 갈수록 여성이 부서장이나 분과장 등으로 위치한 비율은 40%에서 20%까지 줄어들었고, 이와 반대로 베를린 12개 구의 구청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62%에 달했다. 독일 전체 평균에 비하면 대부분 월등히 나은 편이지만, 여전히 성별에 따른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 시장 내에서의 성차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문제로서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도 있다.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광고 차별적 혹은 성차별적 내용은 불가능하도록, 광고판 공고문에 해당 조건을 명시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이미 2014년 프리드리히샤인-크로이츠베르크 구에서 성차별적 광고 게재를 거절한 바가 있고, 2016년 샬로텐부르크-빌머스도르프 구에서는 성, 성 정체성 그리고 성적 지향을 경시하는 옥외광고를 금지하는 계약조항을 신설했다. 베를린 주정부는 2019년부터 옥외광고를 통합 관리하게 되는데, 이 시점부터는 공공 옥외광고뿐만 아니라 공공 장소에 설치되는 민간 소유의 광고에 대해서도 전문가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여 차별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예방하려고 계획중이다.

이러한 내용은 베를린 주정부는 지난 2016년 수립한 사민당-좌파당-녹색당의 연정 계약서에도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연정 계약서의 제 2장 <사회적 화합을 강화하다> <권력의 절반을 여성에게>항목에선 여성을 동등하게 만드는 것이 베를린의 미래와 사회적 화합을 위해 결정적인 요소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남녀차별 문제는 사회적 해결이 필요한 문제임을 의미하고 동시에 정부가 나서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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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차별 문제는 단순 베를린 시 정부만이 신경 쓰는 문제가 아니라, 지난 독일 총선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특히, 사회민주당은 '100%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여성)이 21% 돈을 덜 벌어서는 안 된다'라는 포스터를 독일 사회의 성차별에 기반을 둔 남녀 소득 차이(Gender Pay Gap)를 지적한 총선 홍보 포스터 중 하나로 내세웠다.

 

당의 총리 후보인 마르틴 슐츠 역시 남녀차별 문제에 대해 역설하며, 청소년기부터 관례적인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직업 선택이 아닌 자발적인 직업 선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2016년 독일연방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독일 내 남성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20.71유로였고, 여성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16.26유로로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에 비해 21%가량 시급이 낮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남녀차별이 심하지 않다고 인식되는 독일 그리고 베를린에서 여전히 남녀차별은 주요한 사회적 이슈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남녀차별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대중들에게 가시화되기 시작하며 지난 수십 년 여 간 표면적인 차별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오랜 세월 공고히 다져진 차별의 구조로 인해 여전히 남녀차별 뿐만 아니라 각종 차별은 사회에 고스란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각종 차별을 사회 이슈로 부각시키며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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