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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짓고 사랑 나누는 남녀, 이들은 부부가 아니다

오두막 짓고 사랑 나누는 남녀, 이들은 부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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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없어도, '사랑'은 가능하다

 

비혼에 대한 마지막 글을 적으며 돌아보니 '비혼'이 주제였지만, 오히려 '결혼'에 대한 회상이 많았다. 글을 적으며 관계에 대한 고민이 고개를 치켜들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있었다. 결혼이 주는 '해야 하는 것들'과 비혼이 주는 '안 해도 되는 것들'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했다.


친구는 연재를 읽으며 마지막 글이 이혼 도장을 찍으러 법원으로 가는 글이 되리라 상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남편과 한 이불을 덮으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느랴 분주한 아침을 보냈다.


나는 자유를 원하는 젊음들에게 결혼을 권할 마음도, 말릴 마음도 없다. 나의 딸들에게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고 싶다. 엄마라는 이유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딸들의 인생에 간섭하고 싶지 않다. 물론 잘 안 될 걸 아니까 지금부터 다짐의 말을 내뱉고 있다. 딸들도 내 잔소리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비혼 글을 마무리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다시 보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네덜란드 시골 마을에 상처받고 소외당한 사람들이 안토니아의 농장에 모여 공동체를 꾸린다. 영화의 줄거리는 남편 없이 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안토니아의 4대가 겪는 이야기이다.

 

안토니아는 평범한 엄마는 아니다. 어느 날 안토니아의 딸이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안토니아의 "남편은 어떻게 하고?" 질문에 딸은 "남편은 싫어요"라고 답한다. 그녀는 다른 누구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듯 딸의 의견을 존중한다. 정자은행이 없던 시절이므로 딸의 임신을 위해 도시로 나가 딸이 원하는 남자와 성관계만 맺고 돌아온다. 얼마 후 그녀에게 손녀가 생긴다.


안토니아의 사랑 역시 특별하다. 마을에서 아들 다섯을 둔 홀아비가 안토니아에게 이렇게 청혼한다. "당신은 과부이고, 나는 홀아비니까 같이 살아요. 내 아들들은 엄마가 필요하오." 안토니아는 "나는 아들 따위는 필요 없어요"라며 청혼은 거절하지만, 좋은 친구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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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출 수 있는 유일한 춤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매이지 않으면서 살아간다. 남자와 아들들은 같이 살지 않지만 안토니아의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얼마 후 안토니아가 남자에게 사랑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고 말한다. 남자는 소란스러운 두 집을 피해 아담한 오두막을 짓고,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면서 그곳에서 사랑을 나눈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농장 마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이다. 이 식탁에는 사랑에 목말라 사제직을 버린 신부도, 지능이 낮아 사람들의 놀림 대상이 된 사내도, 친오빠에게 성폭행 당한 여자도,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인 딸과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손녀가 함께 음식을 나눈다. 남에게 상처를 줘도 반성만 하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둘러 앉아 행복한 식사를 한다. 거기서는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했다. 내가 비혼에 대해 질문했던 것들에 영화가 답을 해주었다. 행복함을 상징하는 그들의 식사처럼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살든 존재만으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비록 부모와 자식 사이라 해도 지나친 간섭은 존중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아가 증손녀와 함께 말을 타고 나눈 대화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마을에 갑자기 장례식이 늘어나자 슬픔에 빠진 손녀가 그녀에게 "천당 같은 건 없나요?"라고 묻는다. 사랑스런 손녀를 바라보며 안토니아는 "이 춤이 우리가 출 수 있는 유일한 춤이란다"고 답해준다.


우리가 출 수 있는 유일한 춤은 뭘까. 결혼도 비혼도 답이 될 수 없다. 다만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자신만의 춤을 추면 어떨까. 그것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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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역사 안에서 한국사회에 '비혼'을 권한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결혼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신부의 '면사포'는 게르만족이 신부를 약탈할 때 씌우던 어망에서 유래됐고, '반지'는 약탈할 때 쓰던 족쇄가 원형이며, '신혼여행'은 약탈한 신부를 숨겨놓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의 결혼은 끔직한 기원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았다.

 

결혼은 약탈혼에서 시작되어 약탈은 하되 신부값(지참금)으로 소나 돼지를 주던 매매혼 혹은 거래로 변해왔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여성도 임금노동자가 되면서 지금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여기서 관계를 맺는 방식은 한 단계 더 진화한다. 결혼이라는 제도 없이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비혼은 한국사회가 적응해야 할 현실이다.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한 결혼제도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 비혼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하다.


나의 글은 비혼을 선택한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한 글이다. 사실 응원을 핑계로 내 삶을 돌아보고 싶었다. 흘러간 시간에 '만약'은 없지만, 결혼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자주 생각했다. 나도 안토니아처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탁을 차리고 싶었다.


내게 결혼을 물어오는 친구에게 결혼식은 고속도로를 진입하는 것 같았고, 육아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다고 말하곤 했다. 이 글을 적으며 어딘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무작정 달리다가 잠시 지나온 길을 돌아볼 수 있었다.


다시 결혼을 묻는다면 굳이 고속도로에 진입하지 말고, 국도로 천천히 가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어디로든 방향을 틀기가 쉽고, 멈춰 쉴 곳이 많으니 그 풍경을 즐기면서 가라고. 안토니아가 말했듯 '이 춤이 우리가 출 수 있는 유일한 춤'이니까.


당신만 원한다면!

 

[이전 기사] ⑧ 결혼은 편의점 '2 1 유혹'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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