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을 해야 비로소 '여자'가 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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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월경 페스티벌 기획단은 월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터부를 걷어내고 세대·계층·장애·성정체성 및 성적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월경 경험을 드러내고자 연속 기고를 준비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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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전문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고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것은 재생산(피임, 임신, 출산, 임신중단)권리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렇다. 그러나 유독 재생산의 영역에서는 여성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

 

월경의 경험은 재생산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재생산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은 개개인과 사회가 월경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느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월경을 한다는 것은 내가 임신할 수도 있다는 말이고, 완경을 하기 전까지는 피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월경의 다양성

 

한 사람의 월경에서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나는 일회용 생리대를 쓸 때에는 월경통, 냄새와 피부트러블 때문에 고생했다. 또 피가 샐까 봐 걱정했기 때문에 월경 기간이 힘들었다. 하지만 탐폰을 쓰고 나서부터는 일회용 생리대를 쓸 때 고민했던 대부분을 거의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훨씬 더 움직임이 자유롭고, 월경기간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월경 자체에 대한 생각도 가볍게 바뀐 것 같다.


월경에 대한 각자의 경험은 모두가 다르다. 누군가는 월경을 너무 귀찮아서 피하고 싶은 일,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일로 여긴다. 누군가는 월경이 시작되면 피임에 성공했다며 반긴다. 누군가는 제때 월경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건강을 확인하고 안심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해석들이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월경은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기적인 호르몬순환이고 인구의 절반이 겪고 있으며 많은 경우 신체의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같은 경험 상반된 평가

 

여성의 몸의 어떤 경험은 숭고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또 어떤 경험은 더럽고 미스터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임신은 축하받을 일이지만 월경은 숨겨야 하는 일이다. 월경패드는 꼭꼭 싸서 피가 보이지 않게 버려야 하고 꺼낼 때도 포장지가 보이지 않게, 뜯을 때도 너무 큰 소리가 나지 않게 숨죽여 치러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여성의 재생산능력은 과거부터 신성하고 미스터리한 것으로, 그래서 공포스럽고 더러운 것으로 취급되었다.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필요할 때에 여성을 배제하고 통제하는 데에 월경에 대한 이데올로기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왔다. 한국사회처럼 임신과 출산을 강요하는 공동체 안에서 여성이 겪는 월경은 긍정적인 면보다 스트레스가 되는 면이 더 많다. 또한, 월경이 경험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프레임 속에서 소비된다.

 

여성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평생을 걸쳐 내 몸을 지키기 위한 투쟁 속에 던져지는데 월경을 시작한 순간 그 투쟁은 좀 더 고달파진다. 월경을 한다는 것은 임신 가능한 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임신가능한 몸이 된 순간 여성들은 '여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으며 몸가짐을 조심할 것을 강요받는다. 성폭력이라도 겪으면, 관계 후 피임에 실패해 원치 않는 임신이라도 하면 그 책임은 온전히 '몸 간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여성에게 돌아간다.


또 월경을 시작했을 때라야 비로소 '여자가 되었다'는 말은 재생산 능력을 가진 여성만을 '여자'로 여기는 여성혐오의 대표적이 예다. 여성혐오사회가 인정하는 '여자'의 몸은 남성들의 성적인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섹시하고, 남성의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임신 가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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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의 실패가 아니라 피임의 성공


문제는 한국의 성교육에서 월경은 임신의 실패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난소에서 난자가 나오고, '수정이 되지 않으면' 아이를 잉태할 준비를 하던 자궁벽이 무너지면서 월경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마치 소중한 기회를 놓친 것 같이 말이다. 반대로 남성의 몽정에는 수정될 수 있는 소중한 정자들이 덧없이 버려진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몽정은 그저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이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평생동안 약 400회가 넘는 월경을 하는데, 이 중에서 출산을 하게 되는 경우는 아무리 많이 따져도 1~2회이다. 그마저도 비혼 비출산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평생 임신을 단 1번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끝없는 피임의 여정 속에 놓이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월경을 임신의 실패로 이해해야 할까? 대부분의 여성이 평생동안 임신을 피하면서 산다면 월경은 피임의 성공이라고 여겨져야 마땅한 것 아닐까?


월경은 임신을 위한 과정이나 불결하고 숨겨야 하는 일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로서 자연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또한 국가는 재생산이 가능한 몸과 가능하지 않은 몸을 나눠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보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존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여성들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국가의 인구재생산을 고민한다면 이 나라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월경 페스티벌 연속기고]

① "왜 하지? 자궁 떼고 싶어" 월경이 미운 이유

② 대체 어떤 생리대를 만들고 사용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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