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0년대 복고 열풍과 백래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17년부터 전국 지부들과 함께 '페미-노동' 아카데미를 개최하였다. '페미-노동'은 여성노동자회가 페미니즘 관점으로 노동문제를 바라보고 재구성하자는 의미를 담아 만든 신조어이다. 올해는 여성가족부의 후원을 받아 "[2018 페미-노동 캠프] 일하는 페미니스트, 싸움의 언어를 찾아서"를 지난 7월 13일부터 2박 3일 동안 숙박교육으로 진행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80여명의 여성노동자, 학생, 활동가 등이 서울여성플라자에 모여 총 5강의 강좌와 토론 및 발표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페미니즘 관련 이해를 높이고, 페미니즘 관점으로 노동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번 캠프 내용과 참여자들의 에너지를 공유하고자 캠프 참여자의 참여 후기를 총 6회의 연재로 기고한다.
[2018 페미-노동 캠프 후기]
1편 페미니스트 딸 캠프에 따라나선 엄마, 뭉클했다
2편 그래도 간다! 페미니즘, 투쟁과 연대의 역사
'백래시(Backlash)'는 반발, 반격이라는 뜻으로 사회·정치적인 변화로 인해 자신의 영향력과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반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여성 연예인이 '82년생 김지영'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공격받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여 페미니스트임을 주창한 여성 후보의 벽보가 훼손되고, 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는 등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 백래시가 심해지고 있다.
강의는 '건축학개론' 수지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류진희 선생님은 그 영화가 IMF 경제위기 전 살기 좋았던 90년대를 그리워하는 복고의 바람을 일으켰고, 이후 2010년대 '응답하라' 시리즈까지 유행했다고 하셨다. 이명박 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싹트던 2012년 대선 전인 2012년 9월 '응답하라 1997'이 방영되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는 보수정권이 연장되었고, '응답하라 1994' 방영이 종료된 이후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후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메갈리아 사이트가 등장하게 되었다. 정치적 흐름과 문화적 흐름을 연결하는 시간의식을 살펴야 한다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드라마는 따뜻했던 옛 시절을 회고하고 남편 찾기에 몰두하며 즐거움을 찾게 했다. 지금은 불가능한 화목한 시기를 추억하는 드라마, 왈가닥이지만 옆집 소년과 사랑을 이루고 안정적 가정을 이루는 이야기.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공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짝을 스스로 찾는 고학력의 일하는 여성이다. 이들 여성 주인공들을 제외한 여성 출연자들은 모두 가정주부로 살림만 할 뿐, 경제활동을 하며 생계를 잇는 모습은 없었다. 남성이 모두 생계 부양자로 나오고 주 생산계층은 남자라는 이미지가 고수된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나면 최근 출산 문제의 원인을 여성으로 돌리게 할 수도 있다는 점, 1987~1997년 IMF 전 좋았던 시기만을 회상하여 그 이후는 생각하지 않게 하는 대중 문화의 흐름에 역사적인 압박이 더해져 백래시가 지속되는 요즘의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선생님 의견에 동의가 되었다.
요즘 20~30대 남성들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 북한과 적대적 환경에서 군대에 가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안고 자라왔으며, 성비 불균형으로 짝을 찾기도 어렵고 취업도 어려운 연령대이다. 그래서 공격성과 증오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는 식민지 시절 칼을 들 수 없었던 무기 없는 남성들이 있었고, 현재의 남성들이 과거에만 눈을 돌려 60~70년대 군사주의 하의 중공업 이미지, '가카'나 '땅크'를 최고의 남성성이라 여기며 그리워하거나, 좋은 가부장 이미지를 갖고 있는 현재 대통령 이미지를 이상화하여 괜찮은 가부장제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현실의 젊은 여성들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성을 고수하며 살지 않는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이르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 이전 시기 여성들이 페미니스트를 이상화하여 아직은 공부중이고, 만들어 가는 단계가 말했던 것과 다르다. 집을 포기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고 괜찮은 가정을 꾸려 인생행복을 누리겠다는 사람이 많지도 않다. 내 주변에도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친구들이 간혹 있다. 어린 여성친구들은 더 할 것이다. 이들에 대해 더 분석되어야 하고 더 알려져야 할 것이다. 2014, 2015년부터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혐오문제가 심해졌고, 현재는 여성들이 전방위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도 남성도 서로의 역사를 더 자세히 살펴 알아보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SNS에서 '백래시'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었고, 그 의미를 찾아보고 책 내용이 궁금해서 북카트에 담아둔 지 한참이 되었다. 강의를 들으며 생각했다.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은 이후로 나는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나중에 찾아봐야지, 읽어봐야지' 하고 어딘가에 담아두기만 해온 것 같다고.
강의에서 나온 많은 개념과 사례들. 파고들어 살펴본 적이 없다. 항상 스치듯 훑어보고 일상에 치여 '나중에 나중에' 하며 밀쳐두기 바빴었는데, 강의를 듣고 나서 할 일이 많아졌다. 내 아들을 어떻게 키우고 가르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기, 북카트에 담아뒀던 '백래시' 책 구매해서 보기,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소공녀" 보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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