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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여고 '교실 몰카' 폭로하니 비난... 그래도 말할 것"

"N여고 '교실 몰카' 폭로하니 비난... 그래도 말할 것"

오마이뉴스 0 6,625

우신고, 부안여고... 언급하지 못한 학교들, 그리고 아직 공론화되지조차 못한 학교들까지, '교실 내 여성혐오'는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은 '여성'이라는 젠더권력 속 약자성과 더불어 '학생'이라는 약자성을 이중으로 경험합니다. 고함20은 반복되는 학교 안의 젠더폭력 문제를 정리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을 시작합니다. 이것은 당신이 '여성' '학생'이어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줄 이야기입니다. -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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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 창원의 한 여고에서 남교사가 학생들 몰래 교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해당 학교의 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상적 사고 방식을 가진 교사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했다고 그런 식으로 보면 안 된다. 진위와 다르게 (상황이) 전개돼 안타깝다"고 말하며 감싸주기식 태도를 보였다(관련기사 : 여고생들만 있는 교실에 몰래 '카메라' 설치한 선생님).

 

이뿐만 아니다. 경남도교육청 조사 결과, 논란의 당사자인 남교사는 "담임이 바뀌면 생활기록부 작성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민원을 더 안 넣었으면 좋겠다"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트위터 계정('N여자고등학교')을 만들어 몰카 사건, 교사들의 여성혐오적 발언, 비민주적인 학교 규정 등에 대한 고발을 이어갔다.

 

성과는 있었다. 학생들의 공론화 이후, 교육당국이 나섰다. 경남도교육청은 문제가 된 교장과 선생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지난 23일 두 사람에 대한 중징계(교장 해임, 교사 정직 3개월)를 의결했다. '고발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최근 'N여자고등학교' 계정에는 계정주가 정신적 부담을 호소하는 트윗들이 올라왔다. 지난 18일, 'N여자고등학교' 계정주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교실 내 여성혐오의 공론화 이전과 이후, 변화가 궁금했다.

 

"공론화 겁났지만, 일상적 인권침해 멈추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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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여자고등학교' 계정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몰카 사건에 대한 기사가 몇 개 난다고 해서 문제의 교사와 교장이 제대로 처벌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인권침해가 개선되기도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더 공론화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문제의 교사와 교장이 처벌받고, 학교의 불합리한 규정이 수정되길 바랐다."

 

- '혹시 (공론화를 진행하면) 학교에서 나를 잡아내 대학 진학에 지장이 갈까 갈등했다'고 밝혔다. 공론화를 처음에 망설였던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 기자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많이 겁을 먹고 망설였다. 학교 징계 때문이었다. 혹시나 내 신상이 외부로 흘러나가 학교에서 나에게 중징계를 내리면 어떡하나 하는 그런 걱정 말이다. 운 좋으면 벌점 정도에서 끝날 것이고, 부모님 호출, 정학, 강제전학,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퇴학까지. '생활기록부에 빨간 줄이 그어져 정말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상태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징계를 받는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닐 것 같아서 더 두려웠다. 내 징계를 '본보기'로 학생들은 더욱 침묵하게 될 것이고, 이런 일상적인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더 이상 이어지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망설였다."

 

- 계정에 고발 트윗을 올리고 공론화를 시도한 이후에 받은 위협이 있는가?

"있었다. 현재는 현저히 줄어든 상태지만, 공론화를 시도한 초반에는 있었다. 나의 트윗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한 SNS에 올라왔고, 댓글의 반응도 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정 신고해서 폭파하겠다느니, 누군지 못 알아내냐느니 하는 등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내 신상을 묻는 디엠이 왔었다. 답변은 하지 않았다."


- 공론화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나.

"남교사의 몰카 사건에 대해서는 고발자인 우리(*N여고 관련 고발 계정은 여러 개다)와 다른 학생들의 의견이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학교 규정의 문제점(*'N여자고등학교' 계정주들은 여학생들의 스타킹색, 치마 길이, 티셔츠 색깔 등을 제한하는 학교 규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을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 것 같다. '현재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교장과 남교사 몰카 사건인데, 뜬금없이 규정 이야기가 왜 나오느냐'는 의견이 있다. 실제로 그런 내용의 디엠과 멘션을 적지 않게 받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인권이 명백하게 침해당한 사건에 뒤이어 규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논점을 벗어난 '물타기'가 아니다.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학생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학교의 문화와 규정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학교 규정 또한 여성에 대해서만 더 억압적인 경우가 많다.

 

교장의 성희롱 사건, 남교사 몰카 사건, 학교의 불합리한 규정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혐오와 청소년 혐오는 하나의 스펙트럼처럼 연결되어 있다. 별개의 문제라고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초점에서 벗어난 것도, 뜬금없는 발언도 아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 상황 긍정적인 건 아니지만... 계속 목소리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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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공론화 이후 'N여자고등학교' 계정주와 고발자들에 대한 공격이 있었나.

"현재 몇몇 학생은 신상이 유출되어 굉장히 힘들어하는 상태이고, 그렇지 않은 다른 학생들도 혹시나 신상이 유출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두려워하는 상태다. 현재 우리를 욕하는 재학생들도 있다. 고발하는 게 '영웅 심리' 때문이라는 말도 듣고 있다. 이름이라도 퍼지면 왕따가 될까 걱정하는 상황에서 영웅 심리를 느낀다고? 우린 우리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뿐이다."

 

- 8월 6일경에 정신적 부담을 토로하는 트윗이 올라왔다. 공론화 이후 계정주의 정신적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당시와 현재의 계정주의 감정과 상태는 어떤가?

"일단 재학생들에게 '저격'을 많이 받아서 그랬던 것 같다. 재학생들까지 등을 돌려버리니 암담해졌다. 규정 관련한 게시물을 지우는 것까지 고민했다. 그러나 현재는 모든 생각을 정리한 상태이고, 당시보다는 견고해진 상태다."

 

- 교실 내 여성혐오의 공론화에 대한 학교와 선생님들의 반응과 분위기는 어떤가?

"학교는 최대한 덮으려고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본다. 선생님들도 공론화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으셨다. 그러나 얼마 후 일이 더 커지는 양상이 보이자 급하게 학생회를 열었다. 교장은 8월 16일, 7교시 자습시간에 2학년 재학생들만을 강당으로 집합시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3분 만에 끝났고, 내용도 이상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는 요지로 기억한다."

 

- 학교 내에서 함께 해당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할 자치 기구가 있는가? 예를 들면 학생회에 도움을 받는다든지, 성평등 위원회를 설치한다든지.

"없다. 전혀 없다. 우리 편도 없다. 그래서 더 암담하다."

 

- 공론화 이후 사건의 흐름에 대해 계정주의 생각은 어떠한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본다. 오늘도 학교에 기자가 찾아왔고, 몇몇이 인터뷰를 하는 걸 봤다. 어떤 식으로 보도가 나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굽히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이 모두 바뀔 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다."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기사]

① '김치녀' 조롱, 외모품평... 만화로 '교실 여혐'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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