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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녀' 조롱, 외모품평... 만화로 '교실 여혐' 그립니다

'김치녀' 조롱, 외모품평... 만화로 '교실 여혐'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0 4,068

우신고, 부안여고, 내서여고... 언급하지 못한 학교들, 그리고 아직 공론화되지조차 못한 학교들까지, '교실 내 여성혐오'는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은 '여성'이라는 젠더권력 속 약자성과 더불어 '학생'이라는 약자성을 이중으로 경험합니다. 고함20은 반복되는 학교 안의 젠더폭력 문제를 정리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교실 내 여성혐오] 기획을 시작합니다. 이것은 당신이 '여성' '학생'이어서 겪어야 했던 일들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줄 이야기입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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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2때였다. 교실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할 일을 하던 중이었다. 한 남학생이 교실로 들어와 친구와 이야길 나눴다. 노래를 작게 틀어놓아서 대화가 다 들렸다.

 

"야, 나 오늘 기분 좋은 일 있었다." 

"기분 좋은 일? 왜? 창녀라도 만났어?"

 

최근 교실 내 여성혐오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월, 페이스북엔 '나는 이우에서 3년간 혐오당했다'라는 페이지가 생겨났다. 여자 학생들은 이 페이지에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자기보다 힘 센 여자를 어느 남자가 좋아하겠어?'라는 농담부터, '김치녀'라는 혐오표현이 오간 일화까지. 학교에서 공공연히 이뤄진 여성혐오를 고발했다.

 

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학교가 응답했다. 지난 17일, 김철원 교감은 SNS를 통해 "앞으로 '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교사회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구성원이 '성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계획하고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년별로 반드시 성교육을 이수하게 하고, 성 고충 및 피해전담기구를 설치한다는 게 구체적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런 제도를 넘어서 일상적인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직 사태를 완전히 수습한 건 아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나는 이우에서 3년 동안 혐오당했다' 운영자는 이우학교의 재학생이다. 내부자로 증언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재학생이라는 신분은 고발을 결심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 페이지에 쏟아지는 반응이 어떤지 궁금했다. 김철원 교감의 입장문이 나오기 이전인 지난 2일, '나는 이우에서 3년간 혐오당했다' 운영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신상 보호를 위해 인터뷰 참여자는 A, B, C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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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학교 내 여성혐오를 고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 "첫 번째 만화에 소개한 이상형 월드컵 사건(두 남학생이 여학생들 이름을 거론하며 '더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3초 안에 골라봐라'고 대화한 일. 운영자들은 이 일화를 만화로 그리며 여학생이 외모 품평이나 성적 대상이 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편집자주)이 계기가 됐다. 당시 남자 동기들의 발언을 듣고 몹시 화가 났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친구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이우학교 내 여성혐오를 공론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화'가 여성혐오를 공론화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 이우학교 내 여성혐오 문제를 공론화할 때 어떤 것들이 어려웠나?

A : "게시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다. '왜 굳이 이런 식으로 공론화시켜야 했는지 모르겠다.', '페이지가 불편하다.' 등의 반응이 많았다. 뒤에서 우리를 욕한다든지, 듣기 힘든 이야기를 내뱉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자꾸 음지화되는 것이 안타깝다."

 

- 부정적인 반응이라면.

A : "두 번째 에피소드에 누군가 '(해당 에피소드가) 왜 여성혐오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댓글을 달았다. 이 댓글에 많은 사람이 격양된 말투로 댓글을 달았고, 그가 학교를 안 나오는 상황으로 번졌다. 이 사건 이후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졌다. 이우학교에 있는 다양한 의견들을 존중해야 하는데 공격적인 반응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비난을 받았던 것 같다."

 

B :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비난이 있었다. 페이지가 생긴 이후로 논란이 많이 됐는데, 페이지가 불편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들이 주를 이뤘다. 온라인에서는 대나무 숲에 여러 이야기가 올라온다. '너네도 연예인 좋아하면서 왜 그러냐?' '연예인 좋아하는 것도 성적 대상화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더라."

 

- 위와 같은 비판들에 대해 뭐라고 답하고 싶나?

A :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성혐오와 관련된 비난 중 가장 어처구니가 없다. 혐오는 다양한 의견이 아니라 그냥 혐오일 뿐이다. '틀린 말이 어디 있느냐? 생각이 다를 뿐이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엔 틀린 말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혐오표현은 명백히 틀린 말이다."

 

- 혐오표현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재학생이기에 더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C : "학교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고발 후에도 졸업할 때까지 계속 봐야한다는 게 힘들었다. 고발했을 때 친구와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고, 학교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런 폐쇄적인 환경이 공론화를 힘들게 한다.

 

또 이우학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잘못한 학생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한다. 이번에도 일부는 가해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기보다 대화로 풀어서 가해 학생까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고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른 학교의 공동체주의와는 또 다른, 이우학교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B : "대화로 해결하려는 이우학교의 특징은 분명 장점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단점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도 가해자를 이해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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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들의 반응은 어땠나?

B : "학교 선생님들은 문제를 안에서 해결하고, 다 같이 안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


C : "몇 분은 지지의 뜻을 보내고 도움을 주시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혐오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우리에게 다른 문제에 대해 묻는 선생님들도 있다."


A :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자신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의 문제에 자신들이 끼어드는 것은 자유로운 공론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우학교는 선생님들의 재량권이 많이 인정되는 곳이다. 수업 시간에 진보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유독 여성혐오적 사건에 대해서만 침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해하기 힘들다."

 

- 문제의 공론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 이어지는 고민이 있나?

C : "친구들이 혐오 표현이 문제임을 인식하게끔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 같다. 지금은 그냥 혐오 표현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응원을 보내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B : "친구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혐오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느끼고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선이 무서워서 안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여전히 혐오표현을 한다. 이 부분까지 고칠 수 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A : "개인적으로는 페미니즘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줄었다."


B :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여성으로 살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이 문제를 느끼지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남성분들이 페미니즘을 접하신다면 이 점을 계속 생각하면서 공부하셨으면 좋겠다."


C : "모든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더 바라는 것은 없고, 그냥 생각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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