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용 경구피임약, 상용화에 한 발짝 더 나아가다
오마이뉴스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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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07:37
2017년 2월 낙태죄와 관련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한 위헌심사 요청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이후, 다시 낙태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낙태와 함께 화두에 오른 것은 임신과 낙태, 피임에 대한 인식과 여성인권이다.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낙태는 남녀 양자 모두가 관여한 임신에서 더욱 여성의 부담만을 가중하고 남성의 책임은 면제시킬 수 있다."고 말하며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임신과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권리 침해를 넘어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을 제한하는 폭력이다"라고 말한다. 양측 모두 여권과 관련지어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만 무분별한 책임을 강요하고 부담을 줄 수 있는 현실에서 피임 또한 여성에게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증으로 연구, 개발중인 것이 남성용 경구 피임약이다.
현재 10여 종류의 피임 방법이 존재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는 콘돔 피임법과 경구 피임법이 있다. 이 외에도 피임용 주사제, 정관 수술, 임플라논, 피임 패치, 피임용 질 링, 응급 피임약, 구리 자궁 내 장치 등이 있는데 콘돔 피임법과 정관 수술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 착용하거나 시술, 복용해야 한다.
대부분이 여성용 피임법인 만큼 피임에 대한 부작용도 여성에게만 있다. 물론 남자가 할 수 있는 피임법도 있다. 남성의 성기에 착용하는 콘돔은 매우 간편하며 남녀 모두에게 부작용이 없고 피임 실패율이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극 감소로 인한 성적 쾌락 저하라는 단점 때문에 다른 피임법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피임 실패율이 낮은 정관수술의 경우에도 비용의 부담이 있고 반영구적이기에 선호도가 높지 않다. 때문에 사람들은 꾸준히 여성용 피임법을 찾으며 이에 따라 부작용을 겪는 여성들이 나타나고 있다.
피임약으로 인한 부작용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피임약이나 피임기구가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올바르게 사용하더라도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비록 낮은 확률이지만 부작용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빠지는 것도 큰 타격이다. 흔히 사용되는 경구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해이야기 해보겠다.
경구피임약은 크게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스트로겐'은 자궁내막을 증식시키는 여성호르몬이며 '프로게스테론'은 자궁 내막을 두텁게 하는 여성호르몬이다. 이 두 가지 호르몬을 함유한 경구 피임약은 여성의 배란 및 생리를 조절하여 피임이 가능케 한다. 때문에 경구 피임약 복용 시 임신 시와 비슷한 호르몬 상태가 되어 일시적인 부작용이 생긴다. 흔히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몸이 붓고 유방이 팽팽해진다. 또한 여드름이 나거나 우울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지지만 그렇지 않은 부작용들도 있다.
피임약에 함유된 '프로게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 테스토스테론과 비슷하여 여드름이나 다모증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낮은 확률로 혈전증을 유발한다. 혈전증이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 만들어진 덩어리인 혈전에 의해 발생되는 질환을 말한다. 동맥 혈전증과 정맥 혈전증이 있는데 둘 다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성관계의 만족도를 높이며 피임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여성에게 치우쳐진 피임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 개발중인 것이 바로 남성용 경구피임약이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ENDO 2018)에서 남성용 경구피임약의 효능이 발표되었다. 이 약은 남성의 정자 생성을 억제하여 피임을 유도하는 피임약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 연구팀에 의해 피임약 임상실험이 진행되었다. 이 연구팀이 실험에 사용한 약은 남성용 경구피임약 후보물질 'DMAU(Dimethandrolone Undecanoate)'이다. 기존의 여성용 경구피임약과 동일하게 매일 경구로 투여한다. 'DMAU'는 테스토스테론과 정자 생산에 필요한 2가지 호르몬의 수치를 억제해 임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기존의 남성용 경구피임약은 문제가 많았다. 몸에서 빨리 배출되어 버리는 탓에 성공확률이 낮았고 하루에 2회나 복용해야했다. 높은 피임 실패율에도 불구하고 간이나 심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은 컸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중인 피임약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했다. 피임 실패율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성욕 감소와 같은 부작용도 해결했다.
부작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용 경구피임약처럼 여드름 증가나 체중 증가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경미하며 일시적이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 연구에 참여한 수석연구원 스테파니 페이지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연구 성과가 좋다고 표현했다.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불리한 것은 당연하다. 임신한 여자를 두고 도망가는 남자는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없지 않은가. 여성에게 치우쳐진 임신과 출산 대한 책임감을 피임에서부터 차근차근 없애야 한다. 성공적인 남성용 경구피임약의 출시와 상용화는 피임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