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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컵'이란 신세계, 장애여성은 왜 경험하지 못할까

'생리컵'이란 신세계, 장애여성은 왜 경험하지 못할까

오마이뉴스 0 8,798
2018년 월경 페스티벌 기획단은 월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터부를 걷어내고 세대·계층·장애·성정체성 및 성적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월경 경험을 드러내고자 연속 기고를 준비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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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장애여성공감은 2003년도에 발간한 잡지 <공감>에서 '축복도 저주도 아닌 나의 월경'이란 제목으로 장애여성의 월경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 장애여성은 어떻게 월경을 했을까.
 
어쩌면 지금 누군가의 머릿속엔 "장애가 있는 몸으로 그걸 어떻게 처리했을까?"하는 생각이 스쳤을지도 모르겠다. 2003년은 활동보조가 제도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따라서 장애여성의 신변보조는 주로 가족이 담당해야 했다. 가족들에게 장애여성의 월경은 말 그대로 '처리해야 하는' 골치 아픈 문제였고, 귀찮고, 쓸데없고, 새삼스러운 것이었다.

또한 장애여성의 장애가 중증일수록, 앞으로 재생산을 할 것이라고 기대되지 않는 몸에 가까울수록 가족과 주변인의 부정적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은 본인이 아닌 타인의 '기대' 또는 '허용'에 달려 있는 것이었고,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여성의 재생산권과 선택권은 보장되기 더욱 어려웠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활동보조가 제도화 되면서 신변보조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좀 더 늘어났지만, 보조를 하는 대상이 가족에서 활동보조인으로 바뀌었을 뿐 장애여성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복잡한 감정들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저 '몸'의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이야기

생리대 파동 이후, 대안용품을 찾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는 '신세계'가 아닐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면생리대로, 탐폰으로, 생리컵으로 갈아탈 수 없는 많은 장애여성들은 그 '맛'을 볼 수 없었다. 탐폰이나 생리컵 같이 질 내에 삽입하는 생리용품의 경우, 장애여성이 혼자 사용하거나 활동보조인에게 요청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잦은 세탁이 필요한 면생리대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하자면 이는 단순히 장애여성을 보조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눈치 때문만은 아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야 하는 장애여성의 긴장감,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수시로 '금'을 넘나드는 상대방, 그리고 그로부터 최소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반복해야 하는 부단한 눈치게임, 수치심과 불쾌감처럼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장애여성은 원치 않는 순간에도 상대방에게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가 있지만, 상대방은 그만큼 스스로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이러한 균일하지 않은 정보의 양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조 받지 않을 것'을 선택하는 것 역시 장애여성의 결정의 결과 중 하나인 것이다.

또한 장애여성의 월경경험을 단지 '몸'의 문제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발달장애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장애여성의 경험을 단순하고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다. 모든 장애여성들의 월경경험은 단일하지 않으며, 그가 놓인 사회적 상황과 다양한 정체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장애여성의 이런 복잡한 맥락과 경험들은 거의 공론화되지 않는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때때로 장애여성의 월경에 대해 언급될 때가 있다. 필자, 글이 실린 지면과 시기, 논조는 모두 다르지만 장애여성이 월경을 할 때 겪는 어려움, 주변 사람들의 태도, 대안용품이 부재한 현실은 여전하기에 그 내용들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한 가지 또 바뀌지 않는 것이 있으니 '장애여성의 월경경험을 알게 된 이들의 반응'이다.

대부분은 '장애여성은 이런 어려움을 겪는지 몰랐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장애여성은 대개 어딜 가도 낯선 존재 취급을 받기에 '몰랐다'는 말이 익숙하기는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숨은 '죄송하다'는 말들이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대체 무엇이 죄송하다는 것일까. '미안한 마음'은 장애여성이 논의의 주체가 되는 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측은지심은 장애여성을 논의와 투쟁의 현장으로 불러들이는 대신 계속 변방에 머물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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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다움의 재정의, 그 안에서 또 다시 지워지는 장애여성

영국의 생리대 브랜드 '바디폼(Bodyform)'은 파격적인 광고로 세간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그들의 광고에는 인공적인 파란색 용액 대신 '붉은 피'가 나온다. 'Blood'라는 제목의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피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그들은 거침없이 달리고, 무용을 하고, 권투를 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암벽 등반을 하고, 축구를 한다. 넘어지고, 구르고, 부딪히는 바람에 얼굴과 몸은 피투성이가 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움직인다. 광고의 끝에는 이번 월경 페스티벌의 슬로건이기도 한 '그 어떤 피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No blood should hold us back)'라는  문구가 나온다.

흰 색 또는 파스텔톤의 옷을 입은 '청순한 여대생'이 긴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좋은 느낌'과 '산뜻해요'만을 외치는 한국의 생리대 광고에 비하면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광고를 보며 그저 열광할 수 없었다. 마치 "Love your body"라는 메시지를 외치는 캠페인에 다양한 인종과 체형의 여성이 등장하지만 장애를 가진 여성은 찾아볼 수 없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뒤틀리고 굽은 몸으로 월경혈을 흘리는 장애여성을, 생리대 대신에 기저귀를 착용한 장애여성을 광고 속에서 만날 순 없는 걸까. 변화의 시작은 그 존재를 상상하고, 곁으로 불러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어쩌면 장애여성을 위한 월경용품의 개발은 상상력의 폭을 넓히는 일을 먼저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논의를 확장할 때에도 다양한 대안을 마련할 때에도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건 상상력의 부재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술의 진보가 아니다

지금보다 다양한 월경용품들이 개발된다면 우리의 삶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굳이 먼 미래를 떠올리지 않아도 현재 생리컵과 탐폰을 사용하고 있는 여성들의 수많은 간증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활동성의 증가'일 것이다. 생리컵을 사용하게 되면서 월경기간에도 운동을 할 수 있고, 생리대를 교환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든 만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이전에 비해 나의 몸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같아 좋다는 이야기 속에서 가끔씩 소외감과 조바심을 느낄 때가 있다.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리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생산성'이라는 담론이 우리도 모르게 몰래 숨어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의심하게 된다. 마치 초기의 생리대 광고가 '신여성'과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여성도 마치 남성처럼 생산적인 일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던 것처럼.

대안적 월경용품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보다 완벽하게 '자신의 몸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면 우리가 함께 가고자 했던 신세계는 서로 다른 곳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하는 운동은 '장애를 가진 몸도 얼마든지 생산적일 수 있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이 가능한 몸만이 가치가 있다'는 세상의 기준에 균열을 내는 것이니까.
 
덧붙여 안전하고 대안적인 월경용품들이 나온다 할지라도 장애여성의 재생산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쾌적함과 건강에는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을지 몰라도 장애여성이 신세계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고도 요원할 것이다.
 
[월경 페스티벌 연속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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