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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편의점 '2+1 유혹'을 닮았다

결혼은 편의점 '2+1 유혹'을 닮았다

오마이뉴스 0 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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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편의점에 가면 '2+1'의 유혹이 있다. 하나를 사러 갔는데 두 개를 사야 하나 생각할 때도 있고, 두 개만 필요한데 하나가 더 따라와 좋긴 하지만 고민이 될 때도 있다.


결혼도 그런 게 아닐까. '2+1의 유혹'처럼 둘만 원했으나, 따라오는 하나의 '덤'은 자녀거나, 새로운 가족이나 친척일 수도 있고, 안정된 삶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것이 덤인 줄 알았는데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1의 유혹' 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비혼은 '덤'도 없고 '짐'도 없기 때문에 홀가분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로움이라는 고질병과 혼자 아프거나 늙으면 어쩌나 하는 공포를 안고 있다. 정말 혼자 살아도 괜찮을까. 관계로부터 고립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편의점처럼 문을 닫지 못한다.

 

뉴스에서 성범죄가 빠지는 날이 없는 시대에 혼자 사는 여성의 두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혼자 사는 불편함과 누군가와 함께 사는 불편함의 저울추가 비슷하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비혼 공포'보다 '결혼 공포'가 더 크다면 굳이 결혼을 선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두려움을 안고 산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중에 '공포'라는 감정을 '겁'으로 표현했다.


결국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불행한 일에 대한 공포, 이것이 바로 겁이라는 감정의 정체다. 그러니까 겁이 많이 사람은 미래의 불행에 젖어 현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돌보지 않게 된다. 이빨이 썩을까 봐 달콤한 초콜릿을 먹지 못하는 사람, 실연의 공포 때문에 프러포즈를 거부하는 사람, 시험의 공포 때문에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 사고가 날까 봐 여행을 가지 않으려는 사람…. 한마디로 겁이 많은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두려움을 안고 산다. 비혼주의자들은 고독의 공포를, 결혼한 사람들은 권태의 공포를. 비혼과 결혼에 상관없이 두려움 때문에 단독 비행을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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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어 '열렬한 찬사와 날 선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비행공포>는 에리카 종의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인 이사도라는 '여성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며 모험을 시작한다.


나는 결혼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사실 나는 결혼의 의미를 믿었다. 적개심으로 불타는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한 명의 단짝 친구 정도는 둘 필요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저버리지 않을 한 사람, 그러나 결혼생활이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고개 드는 이 갈망은 어쩌란 말인가?


이사도라는 결혼 후에도 자신의 욕망을 부단히 실험한다. 열정과 안정감 두 가지를 다 가질 방법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며 질문한다. "문제는 결혼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가 아니라, '언제 한 번이라도 옳았던가?"였다. 그녀는 페미니즘을 말하면서도 남자의 사랑에 목을 맸고, 혼자가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결혼을 하고, 결혼을 버리는 과정에서 그녀는 깨닫는다.

 

지금부터 나는 나 자신의 엄마가 되고 나 자신의 위로자가 되고 나 자신을 재우는 사람이 되리라. 내 삶을 견디는 방법을 배우는 것. 나의 존재를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 나 자신의 어머니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 정신분석의, 연인, 남편, 부모에게 기대는 대신.

 

날 것 그대로 자신을 드러낸 그녀가 소설의 후반부에서 결과가 어떻게 되건, 자신의 감정을 따르겠노라 다짐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제 나는 겁에 질린 아내가 아니었다. 이제 나는 날고 있었다."

 

공포를 이겨낸 이들의 자유로운 비행

 

이사도라를 보면서 결혼 후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겁에 질린 나머지 수많은 질문들을 덮어버리고 관계가 주는 안락함 뒤로 숨은 건 아니었을까. 나는 사라지고 누군가의 아내와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갈까 봐 두려웠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나만의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 수 있을까.

 

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보험은 닥치지 않는 질병과 사고를 나열한 후 과장된 '공포 마케팅'을 펼친다. 보험 광고를 보면 미래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만약에' 가 붙은 사건들은 사람들에게 불안을 권하고, 보험 가입자는 늘어난다.

 

내게 결혼은 보험이었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막막하여 남들처럼 결혼 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 보험은 해지도 힘들고, 매번 자유의지와 반하는 것들을 지불해야 했다. 결혼은 미래를 안정되게 해주는 보험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지금은 불안함을 이겨내고 비혼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을 지지하게 되었다.


일본 여성학자 두 명의 대담을 엮은 책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에서 우에노 지즈코는 "사회적 압력이 없어진다면 결혼과 출산을 스스로 선택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고 물으며 그것이 "자발적 선택의 결과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선택에 맞춰 사회를 다시 설계하면 된다"고 말했다.


결혼이 사라져가는 사회에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지금, '비행 공포'를 이겨낸 이들이 비혼이라는 새로운 비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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