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려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2010년의 어느 날이었다. 아이와 잠을 자고 있는데 남편이 술 먹고와서 문을 다 잠그더니 나를 깨웠다. 남편이 배가 고파서 밥을 차려달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일어나자 남편은 주먹으로 내 머리를 계속해서 때렸다. 머리가 멍해졌다. 정말 두렵고 너무 무서웠다. 큰 소리를 내어 도와달라고 구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와주지 않았다. (중략) 뒤늦게 온 경찰도 화해만을 권하고 돌아가버렸다. 어느 날은 허리띠로 내 목을 졸랐다.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는 이유로 남편한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엇다..."
2009년, 20대 초반이었던 베트남 여성A씨는 50대 초반이었던 한국인 남편과 딸을 한국에 시집 보낸 이웃집의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 술을 먹지 않으며 착한 성격에 성실하게 일을 한다고 소개받았던 그 남편은 사실은 일도 하지 않은 채 매일 술만 마시고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그 돈조차 술값과 택시비로 나가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시간이 길었단다.
아르바이트 하며 대학에 다니고 요리사 자격증도 딸 정도로 열심히 베트남에서 살아온 그녀는 한국에 시집 오는 바람에 해보지도 않았던 농사 일을 시어머니와 함께 하면서 힘들게 살게 되었다. 지속적인 남편의 폭력에도 견디면서 세탁기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찬물로 손빨래하면서 산후 조리도 제대로 못한 채 살아 왔단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에도 견뎌왔던 그녀도 남편이 아이까지 때리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피했다. 아이가 아파서 한국과 베트남을 왔다 갔다 하며 돈을 버는 동안 남편은 잘 해주겠다고 재결합 하자고 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간지 하루 만에 남편은 다시 칼을 들고 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게 만들겠다며 협박했단다. 결국 시동생의 도움으로 아이와 함께 이주여성쉼터에 입소하게 된 것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펴낸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에는 그녀처럼 이주여성쉼터에 입소하게 된 7명의 이주여성들의 사례, 이주여성으로서 피해 여성을 돕고 있는 활동가의 글, 통계적인 내용으로 분석한 전문가의 글을 포함해 다양한 각도로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의 실제를 밝힌 내용이 실려 있다.
"피해이주여성이라고 불쌍하게 보는 것보다 그들이 힘들게 어렵게 살아왔지만 지금 새로운 삶을 위해 씩씩하게 노력하고 나가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서 '폭력 피해 여성들의 생존 분투기'라는 부제를 달았어요. 우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는 이 책을 준비하느라 2년 이상의 긴 시간을 투입했어요. 많은 분들이 읽고 이런 실제를 알면 좋겠고 비영리단체로서 어려움도 많은 우리 단체를 많이 후원해줬으면 해요."
베트남 출신의 한가은(레티마이투)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는 지난 6월 이주여성인권지원단 교육사업도 했고 활동가역량 강화 워크숍, 해외 활동가 초청 세미나 등 이주여성들의 미래를 위한 많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단다. 앞으로의 이주여성 활동가의 역량강화를 위해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www.wmigran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