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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문제, '불쌍'하게만 보면 나아질까

한부모 문제, '불쌍'하게만 보면 나아질까

오마이뉴스 0 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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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곤란합니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의 여성가족부 예산 심사 중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 말이다. 그는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한 '시설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 사업 예산 61억 3800만 원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이 사업은 시설에 입소한 한부모가족의 가장이 경제활동을 할 때 그 어린 자녀를 돌보미에게 맡기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한부모 시설에 영아가 1000명 정도"라며 "아이돌보미가 없을 때 (아이들이) 시설에 거의 방치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직원들이 방문했는데 공통적인 현상이 한부모 시설에 있던 아이가 나중에 보면 고아원에 가게 된다"며 울먹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송언석 의원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그는 결국 사과했고, 예산 감액은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한부모로, 그리고 한국한부모연합단체 사무국장으로 이번 일을 겪으며 다시 한번 느끼는 바가 컸다. 한국 사회는 한부모가족을 어디까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할까.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이 어떤 곳이라고 알고 있을까. 이들이 자립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한국 사회는 정말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무지와 허점투성이 제도

국가의 한부모지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빈약했다. 그러다 2005년 모·부자 복지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전되면서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가 월 5만 원으로 됐고, 지원 대상도 5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늘어났다. 2015년 월 10만 원에서 출발, 매년 1만 원씩 오르던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는 내년부터 20만 원이다. 또 18세 미만 자녀를 뒀다면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여부를 떠나 한부모가족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한부모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189만 6000원이었다. 당시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389만 7000원)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였다. 가장이 엄마인 경우 소득은 더 낮았다.

전국의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은 12월 3일 현재 125개소다. 입소자는 1만여 명으로 전체 한부모 중 1% 미만을 차지하지만, 미혼모가 된 지 얼마 안 된 경우나 집이 없는 한부모에겐 꼭 필요한 제도다. 이들이 시설에 머무르는 동안 아이 돌봄을 잘 지원받아야 시설을 나올 수 있고, 또 한부모 가장으로서 노후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탈시설 이후'를 살펴봐야 한다.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가 오르고, 아이돌봄비가 책정되는 것을 보면 많은 한부모가족이 이 혜택을 누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득에 따라 지원 여부가 나뉜다. 여기에 허점이 있다.

2인 가구 기준으로, 내년에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이들은 월 174만 3917원(기준중위소득 60%) 이하를 버는 경우다. 그런데 2019년 최저임금은 월 174만 5150원이다. 최저임금 수준인데도, 제도가 요구하는 조건보다 약 1천 원을 더 벌면 아동양육비 지원대상이 아니란 뜻이다.

복지서비스가 대상들에게 잘 전달될까도 중요한 문제다. 여성가족부는 내년도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액수가 늘고, 자녀 연령이 올라가면 지원 대상이 7만 5000명에서 11만 3000명으로 증가한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이 숫자 자체가 불분명하다.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족 수를 156만을 추정하는데 일부 학자들은 44만 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관련 통계가 제대로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소득기준을 높여 더 많은 사람이 복지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시설에서 아이를 키우든, 집에서 아이를 키우든 생계를 이어가야 할 한부모들에게는 아이돌봄이 절실하다. 열심히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한부모들이 아동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제도라면 다시 한번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불쌍한' 존재가 아니다

송언석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어느 때보다 한부모의 돌봄예산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우리는 단지 '불쌍한' 대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최근 제주도에서 3세 여아와 엄마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처럼 극단적인 사례를 계기로 한부모의 삶이 조명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결국 사람들은 심신미약이나 아이 엄마의 우울증 등에서 원인을 찾는다. 사회의 무관심과 제도의 사각지대는 더 깊이 다뤄지지 않는다.

설령 복지 문제가 불거져도, 더 시급한 사업에 밀려 삭감될 수도 있는 사소한 예산으로 취급받는다. 인천시의 2016년 한부모가족예산은 23억 6250만 원이었다. 같은 예산은 올해 5200만 원으로 줄었다. 그 자세한 내막은 정작 당사자인 한부모가족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리 저출산시대라고 해도, 2년 사이에 예산이 45분의 1로 줄어든 만큼 한부모가족 수가 감소했을지 의문이다.

한부모가족 예산 책정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좀 묻고 싶다. 한부모가족 문제를 얼마나 알고 계신지, 그들이 원하는 정책을 한 번 들어보려고는 하는지, 그저 금액만 올려주는 '퍼주기식 지원'으로 한부모의 삶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양한 가족'의 성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단체에서 일하면 일할수록, 한국의 가족정책은 '저출산고령화사회' 대책만 있을 뿐이라는 슬픈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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