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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혐오가 재생산되는 방법

동성애 혐오가 재생산되는 방법

오마이뉴스 0 5,355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

지난 9월 8일, 제 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려고 모였던 혐오세력들의 구호다. 정확하게는 "성소수자들을 사랑하니까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논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일종의 자가당착의 오류에 해당하는 주장이다. 자가당착의 오류란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방패"의 관계처럼 논리적으로 충돌하여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성소수자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 있다는 의미인데,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것은 성소수자들의 삶을 부정하고 파괴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두 주장은 논리적으로 충돌하고 양립이 불가능한 관계임에도 '원인-결과 관계'로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랑을 부정하는 이유는 그들의 사랑을 긍정하기 때문'이라는, 이토록 자기모순적인 주장이 엄청난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 논리적으로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이 현실에서는 좀처럼 쉽게 무력화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 세력화의 '동력'으로서 혐오의 필요 

인천 퀴어문화축제 측이 사전에 집회신고를 했음에도 광장 이용 허가를 하지 않았던 인천동구청, 현행법의 예외조항(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5조(적용의 배제))을 이용해서 혐오선동 및 각종 범죄행위를 '종교행위'로 정당화하고자 하는 기독교세력, 그리고 실제로 기독교세력의 만행을 적극적으로 막거나 저지하지 않았던 인천경찰까지. 이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진 결과,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을 부정하는 온갖 종류의 폭력을 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독교세력의 만행이 '지나가던 행인'의 우발적인 폭행이 아니라 매우 '조직적인' 집합행동이었다는 점이며, 한국은 헌법에 '정교분리(제20조 2항)'가 명시되어있는 나라임에도 기독교세력의 '종교행위'가 지방자치와 공권력의 움직임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성문화 연구모임 '도란스'의 첫번째 기획 총서인 <양성평등에 반대한다>의 마지막 챕터는 "왜 한국 개신교는 동성애혐오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된다. 이때 저자는 감정으로서 혐오가 아니라 기독교 세력의 조직화를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필요'로서 혐오를 정의하고자 한다. 즉, 한국 기독교세력의 동성애 혐오라는 현상은 '혐오하는 감정'이라는 선행원인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망해가는 기독교를 살리기 위해서 사후 구성된 결과에 가깝다.  

저자는 2000년 이후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변화와 개신교 내부의 분열 및 각종 비리, 부패문제로 인한 '교회의 위기'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분석하면서, 교회 내부의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필요로서 '공동의 증오'가 등장한 역사를 추적한다. 즉, 성소수자들을 외부의 적('공동의 증오')으로 규정하고,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물으며 벌을 받거나 회개할 것을 강요하면서 '동성애로부터 가족과 국가를 지키는 수호자'라는 '고난 극복 서사'를 만들어 교회의 정당성을 공고히 하고 세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2010년대 한국 기독교세력의 민낯이다.

물론, 이때 교회가 수호 하고자 하는 가족과 국가의 역사는 이성애중심주의와 가부장제에 기반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선택 받은) 민족국가'라는 이른바 선민사상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독교 근본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한국 개신교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인정 자체를 하지 않는데, "창조주께서 그렇게 다 계산해서 만들어놓으신 질서(본문 185쪽)"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의 입장에서 성역할고정관념, 남성중심주의, 성폭력, 성적지향성과 성별정체성을 근거로 한 사회적 차별 등을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와 가족의 의미는 '자연적인 질서'를 따라서 만들어진 창조물에 불과한 것이다.  
"고난을 극복하자는 이러한 목표 제시는 언뜻 내부 분열을 봉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내부의 부패와 부조리, 모순을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어느 것부터 관심을 두어야 하는가에서 우선순위를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교회 세습과 담임 목사의 전횡, 횡령, 금권 선거 등 비민주적 조직 체계, 여성 목사 안수 불허 등 교회 내 성차별과 성직자들의 성폭력 문제 등을 거론할 틈이 없어진다. 하나님이 선택하신 민족이라는 선민사상은 이런 문제들을 내부의 사소한 것으로 만든다(본문 181쪽)."

결국 교회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변화하는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교리의 내용과 제대로 해결되기는커녕 성찰과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분열, 비리 등과 같은 내부적인 갈등이라는 점에서, '위기'의 원인 제공자는 성소수자가 아니라 교회 자신이다. 따라서 정말로 타락한 욕망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사랑의 이름으로 폭력을 저지르면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욕망'이다.  
 
예컨대, 개신교는 동성애를 성적지향으로서 정체성이 아닌, 오직 '성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성소수자들에 대해 '성윤리를 문란하게 만드는 항문성교'라는 도덕적 낙인을 찍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기독교세력은 '동성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기 보단) 스스로를 "성윤리의 수호자"의 위치에 올려놓음으로써 교회 내부의 성차별적 문화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관심을 교회의 외부로 돌리기 위함에 가깝다. 
"(...) 더군다나 목사들의 성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폭로되는 현실에서 가족과 결혼의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안전할 수 있는 전략은 바로 '동성애 혐오'다. 그들에게 동성애는 자신들의 폐부를 찌를 수 있는 '성 윤리'의 칼날을 피하면서 '성 윤리'의 수호자 위치를 획득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완전히 타자화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정의와 윤리의 수호자 위치를 독점할 수 있다. 대표성을 지니는 것은 중요하다(본문 186쪽)."

최근 <한겨레 21>의 '가짜뉴스 생산-유통 세력'과 관련한 보도에 따르면,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명 에스더(에스더기도운동)가 생산-유통했던 '가짜뉴스'의 대표 주제가 '성소수자 혐오'였는데, 2014년에는 미국 아이다호주에 거주하는 목사부부가 성소수자 커플의 결혼식 주례를 거부했다가 당국으로부터 징역과 벌금처분을 받게 되었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한 적 있다. 

목사부부의 에피소드를 최초로 다룬 곳은 <크리스천 포스트>라는 미국의 종교매체인데, 사실 확인 결과 목사 부부는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으며 <크리스천 포스트>에도 목사 부부에 대한 처벌 기록은 언급된 바가 없다. 즉, 에스더가 의도적으로 <크리스천 포스트>의 보도내용을 왜곡해서 마치 '차별금지법 때문에 교회 신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도록 가짜뉴스를 내보낸 것이다. 한편, 에스더는 2011년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앞둔 시기에도 '가짜뉴스'를 내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더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국면에서도 가짜뉴스로 활약했다. 2011년 12월 에스더는 일간지에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 학교 성교육 시간에 항문성교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미국 매사추세츠에서는 수업시간에 항문성교를 가르쳤다"는 내용의 의견광고를 냈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지만 이 교수 등이 인용하면서 영상 콘텐츠 등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됐다."(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477.html?_fr=fb#cb) 
그럼에도 우리는 이길 것이다 
"왜 한국 개신교는 동성애혐오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우리가 만만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가 잘 싸우기 때문'에 기독교 세력화를 꿈꾸는 교회의 입장에서 (고난 극복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훌륭한(강력한) 적'의 이미지에 잘 맞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성적 소수자 인권 운동은 1990년대 후반부터 착실하게 그 성과를 쌓아왔다. 사회적 소수자 중에서도 가장 분명한 당사자성을 지녔고 또한 인구 비율에서도 일정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있다(본문 189쪽)." 
 

나 역시 동의한다. 만일 나를 포함해서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이 죽음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내가 홀로 강인해서라기 보단 단지 '잘 싸워온 역사'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의 해석권을 독점하고자 하는 바로 그 욕망과 싸워온 역사가 페미니즘과 퀴어프라이드라고 믿는다.

글을 쓰고 나니까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곧 있으면 제주와 부산에서 열릴 퀴어문화축제에 직접 참가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방법 같다. 우리의 사랑은 이긴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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