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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광화문에서 지소연을 외치고 싶다

내년에는 광화문에서 지소연을 외치고 싶다

오마이뉴스 0 5,515
2018년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전이 열리던 지난 8월 27일 오후, 팔렘방의 스타디움에도 서울에도 비가 내렸다. 선수들이 입장하던 무렵부터 중계를 지켜보던 나는, 결승 진출에 대한 기대를 잔뜩 품고 있었음에도 한편으로는 지루한 저녁을 보내게 될까봐 걱정스러웠다.

응원의 동반자인 치킨과 맥주도 없고 함께 할 친구도 없었고 언론은 종일 남자축구팀의 4강 진출에 대해서만 떠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아트필름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유명 영화제의 상이란 상은 전부 휩쓸었으나 정작 상영관 점유율은 너무 미미한 영화를 보려고 썰렁한 소극장에 혼자 입장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부족했을 뿐 그날의 경기는 가히 역사적이라고 할 만한 빅매치였다. 한국 여자축구의 황금세대라고 불리는 지소연, 전가을이 팀을 이끌고 신예 이민아와 한채린이 가세한 라인업을 앞세워 사상 첫 결승 진출에 도전하는 자리였다. 게다가 상대는 피파랭킹 6위로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받는 일본.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내 예감은,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사실 한국의 여자 축구 대표팀이 대단한 일을 저지르고 다닌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작은 2015년 캐나다 월드컵이었다. 대표팀은 12년 만에 출전한 두 번째 월드컵에서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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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공신은 지소연 선수다.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스타로 꼽히는 지소연 선수는 15세 때 출전한 2006년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최연소 A매치 골을 넣은 선수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0년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는 해트트릭을, 지난 월드컵 스페인과의 E조 3차전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여자축구 월드컵 경기 MVP에 올랐다. 해외 리그에서의 활약도 눈부셨다. 지 선수는 2014년 영국 첼시 레이디스에 입단했다. 이듬해 첼시 레이디스는 첫 FA컵 우승과 유럽 챔피언스 리그 첫 출전에 성공했고 잉글랜드 여자축구 리그의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그런데 대표팀에는 '스타 지소연' 외에도 일본 여자축구리그와 국내 실업 리그인 WK에서 맹활약 중인 선수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결승 진출을 노려보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경기가 시작되고 4분 만에 일본이 선제골을 가져갔다. 얄밉도록 정확하고 흠잡을 데 없는 골이었다. 한 골 뒤지는 상황이나 한국 대표팀은 특유의 압박을 늦추지 않았고 덕분에 일본은 특유의 티티카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전반이 끝났다.

후반전에 이민아 선수가 회심의 만회골을 기록하자 기세가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나는 이미 8월 31일에 있을 결승전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표팀, 만리장성 넘는다'는 기사의 헤드라인이 떠올랐고 결승골을 넣은 지소연 선수의 골세레머니,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는 선수들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그러나 경기는 나의 바람과 다르게, 가장 비극적인 시나리오의 결말대로 흘러갔다. 일본 선수가 찬 공을 걷어 낼 의도로 헤딩을 시도한 임선주 선수의 머리에 맞은 공이 그대로 골로 연결된 것이다. 대표팀은 마지막까지 총공세를 퍼부었지만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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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져서 울었고 밤하늘에선 거센 빗발이 쏟아졌다. 임 선수는 이날의 실책으로 인해서 악성 댓글에 시달렸고 3·4위 전에 출장하지 못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팀에서 한 선수가 공을 세우면 누군가는 실수를 한다. 팀은 하나의 유기체이며 어떤 유기체도 완벽할 순 없다. 다만 조금 더 훈련이 잘 되었거나 운이 좋은 팀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경기였다. 90분 내내 지루한 평일 저녁 같은 것은 잊어버렸다. 그날, 그 시간 나는 지금껏 어떤 경기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일체감과 몰입감을 맛봤다. 90분 내내 긴장하고 기뻐하고 탄식하며 그들의 승리가 곧 나의 승리이고 그들의 패배가 나의 패배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것은 오직 하나, 결과뿐이었다. 

대표팀은 이후 31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하면서 대회 3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로 한국 여자축구의 성장세가 엄청나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입증된 셈이다. 본선 진출 두 번 만에 16강 진출 성공이라는 업적은 변변한 프로 리그도 없는 국내 여자축구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뤄낸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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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의 여자축구는 실력에 걸맞은 대중적인 인기나 합당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되레 일부 안티팬에 의해서 무관심보다 못한 조롱과 야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여자 대표팀과 남자 고교팀의 연습 경기 영상 아래에는 '몸싸움을 했다가는 미투로 고발 당하기 때문에 고교 선수들이 대표팀을 봐줬다'는 식의 댓글이 넘쳐난다. 이곳에 옮길 수도 없을, 성적인 모욕까지 난무한다. 그것은 여자축구가 재미가 없거나 실력이 부족해 가하는 비판이 아니다. 감히 남자의 전유물인 공놀이를 넘보는 여자들이 너무 괘씸해서 어떻게든 모욕하고 말겠다는 의도가 뻔히 드러난, 추문에 불과하다.

반대로 여성 선수들의 실력을 인정하더라도 그 방식은 조금 어긋나 있는 것 같다. 준결승전 시작을 앞두고 중계를 맡은 캐스터는 '지메시'와 '전컴'이라는 선수들의 별명을 언급했다. 알려진 대로 지메시는 지소연 선수를 리오넬 메시에, 전컴은 전가을 선수를 데이비드 베컴에 빗대서 지은 것이다. 누가 처음 지었는지 알 수 없는 이 별명은 지소연 선수의 본명만큼이나 널리 쓰인다. 언뜻 들으면 찬사인 듯하나 한편으로는 이들이 왜 자신의 이름이 아닌, 심지어 같은 성별의 여성 선수도 아닌, 남성 선수의 이름으로 불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마치 여자 메시, 여자 베컴으로 불리기는 것이 대단한 영광이라도 되는 것처럼. 심지어 외모 때문에 화제에 오른 이민아 선수의 별명은 '미녀 축구선수'도 아닌 '얼짱'이다. 이들이 캡틴이나 독수리 같은 별명으로 불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이러한 풍조와 결승 진출 불발을 비웃는 악성 댓글, 명색이 준결승전인데도 민망할 정도로 비어 있던 관중석은 우리나라 여성 스포츠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궁금하다. 광화문 도로가 통제되고 대형 스크린으로 여성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날이 올지, 그날이 언제일지가. 광화문 통제는 어려워도 작게나마 우리만의 응원전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여자 월드컵은 2019년에 열리고 개최국은 프랑스다. 벌써부터 선수들이 가져올 승전보와 어쩌면 정말 이뤄질지도 모를 거리 응원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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