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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사냐"는 작업 멘트, 여기선 안 통합니다

"어디 사냐"는 작업 멘트, 여기선 안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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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비건(vegan, 채식주의자) 음식, 아이 돌봄 서비스, 노약자를 위한 배리어 프리존(barrier free zone),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 서비스 등 이 모든 것을 갖춘 페스티벌이 있다. 국외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에서 지난 10월 8일에 개최된 '보라X뮤직 페스티벌'이다.


여성은 기존의 페스티벌에서 관음 등 다양한 성폭력에 노출된다. '모두의 축제'가 돼야 하는 공간에서, 여성은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실제로 성폭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웃통 벗은 남성들이 뛰어노는 광경에서 여성은 굳이 상의 탈의까지 하지 않아도 노골적 시선과 품평에 노출되고 종종 '페스티벌 후기'로 몰카가 올라와 인터넷에서 남성들의 유흥거리가 된다. '여성은 잘 못 논다'는 편견에 대항하며 대차게 슬램존(슬램: 락 페스티벌의 놀이 문화 중 하나로,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음악에 맞춰 서로 몸을 부딪치며 노는 것.) 한복판에 뛰어들면 심심치 않게 성추행을 당한다. 하지만 이에 분노를 표출하면 "그러게 왜 여자가 남자들 노는 데 들어가서" 하는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된 보라X뮤직 페스티벌은, 기존의 페스티벌에서 여성이 페스티벌 특유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으로부터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을 비판하며 등장했다.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문화 향유 기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여성이 마음 놓고 즐기기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성평등과 배제 없는 문화의 정착을 위한 사회 운동의 한 갈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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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이름인 '보라X'는 이러한 저항적 성격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 짧고 단순한 이름에 중의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보라'는 페미니즘의 색인 보라색을 의미하는 동시에 '보다'라는 동사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의 페미니즘 운동에 여성을 관음하는 시선을 의미하는 '시선강간'이라는 어휘가 시선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보라X'시선강간 하지 말라', , 관음하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단순히 시선강간을 '피하는 것'이 아닌, 시선을 던지는 사람에 대한 경고로 작용하므로 '시선으로부터의 해방', 즉 '여성의 자유'를 명시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여성을 '여성'이라는 분류 하나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여성 내에서의 차이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라X뮤직 페스티벌은 여성에 대한 배제뿐만 아니라, 여성 개개인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여성 내의 배제 또한 거부했다. 아이가 있어도,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어려도(보라X는 청소년과 장애 여성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청소년 단체인 아수나로 등 관련 단체들에 초대권을 후원했다) 보라X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한 모든 여성은 평등했다. 모두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해 심도 있는 자문과 회의를 거쳐 만들어진 규칙과 서비스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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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X뮤직 페스티벌의 규칙은 특히 인상적이다. 이는 '비폭력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배포돼, 입장 전 모든 참석자가 의무적으로 이에 서명했다. 이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예방에 그치지 않기 위해 공연장 입구에는 핫라인이, 공연장 내부에는 비폭력 규칙이 프린트된 옷을 입은 자경단과 스태프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이 모든 시스템은 관객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언어적 폭력, 물리적 폭력까지 모든 폭력으로부터 안전함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다.

 

1) 상대가 불쾌할 수 있는 평가 섞인 시선을 보내지 마세요.

2) 상대방의 동의 없이 어깨나 허리 등 신체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3) 다른 사람의 사진을 함부로 찍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사진을 찍다가 타인이 나온 경우 스티커/블러 처리 합니다.

4)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비인간종 등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5) 상대방의 사적인 정보를 쉽게 묻지 않습니다(사는 지역, 학교 등).

6) 상대방의 성별 및 성적 지향을 미리 판단하거나 쉽게 묻지 않습니다.

7) 장애인을 기본적으로 도움을 줘야 할 사람으로 가정하고 행동하지 않습니다.

8)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을 하거나 얕잡아 보지 않습니다.

9)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각자 만든 쓰레기는 정해진 위치에 분리수거해 버립니다.

10) 본 페스티벌은 모든 종류의 폭력을 금지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라X뮤직 페스티벌은 각각 다른 여성들을 최대한으로 포용하는 진정한 '축제'가 됐다. '포용'은 기존의 페스티벌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는데, 음악에 맞춰 춤추거나 보육교사와 노는 아이들, 관객들 사이에서 함께 노래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부스에서 간편한 음식을 사 먹는 채식주의자들(국내의 뮤직 페스티벌에는 지금까지 비건이나 채식옵션이 없어 도시락이 필수였다), 각자 다른 모습의 수많은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라X뮤직 페스티벌의 설문조사 결과, 무대 앞의 배리어프리존이 휠체어 이용 장애인 참가자, 어린이를 동반한 참가자와 어린이 참가자 모두 편하고 즐겁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 매우 인상적이라는 평을 다수에게서 받았다.

 

, 청각장애를 가진 참가자를 위해 무대 위에 상영한 가사와 멘트 문자통역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혔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뮤지션들과 관객들 모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편안하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자는 취지를 잘 이해하며 '자유롭고' '나답게'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참가 뮤지션 오지은씨는 "세계 최고의 관객이었다", "2회도 열어주세요"라는 말을 남겼고, 참가자들도 물론 "많은 고민이 엿보였다", "최고였다"라는 등 감동을 감추지 않았다.

 

모든 페스티벌은 '어떻게 최대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축제는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라X뮤직 페스티벌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페스티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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