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라이너, 무향과 유향 중 더 안 좋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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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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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1 12:31
며칠 전 식약처는 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 전수조사를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3월 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 조사 결과를 발표했던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하는 활동가로서,
식약처 발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께 그 내용을 좀더 친절히, 그리고 그에 보태 활동가로서의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1. 식약처는 "생리대, 하루 7.5개씩 월 7일 평생 써도 안전"하다고 발표했는데요. 과연 그런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동시에 식약처는 이번에 발표한 10종 외 74종의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농약 등 기타 화학물질에 대해 내년에 다시 발표한다고 했습니다. 생리대에 대해 불안해들 하시니까 우선 시험된 결과라도 재빨리 공개한 것은 좋은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시험 결과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안전'하다고 하기엔 성급한 감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후에도 '안전'하다고 결론이 날 수 있지만요.
보통 전문가, 교수, 정부 당국, 연구소 등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단체는 치고 나가는 반면, 폭넓고 다양한 동료 연구자의 의견을 접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위험'이나 '안전'이라고 쉽고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을 때가 많죠. 수많은 논문의 마지막 구절은 이 연구는 '무슨 무슨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떤 연구가 더 필요하다'라며 끝나곤 하는데, 이번에는 시험 결과 중 일부만이 나왔는데도 '단호박'으로 결론을 발표하더라고요.
생리대를 쓰고 월경 혈 감소, 월경주기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수천 명의 여성들이 나왔죠. 그런데 이 원인물질을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식약처도 향후 범정부기구를 꾸려 역학조사를 한다고 발표했고요. 만약 이번에 발표한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이 아니라 해외 생리대에서 검출된 바 있는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발암물질 다이옥신 등 다른 원인이 있다면 그야말로 가려운 다리를 놔두고 딴 데를 긁은 꼴이 되지 않겠어요?
무조건 생리대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보일까 봐 여성환경연대는 제조업체와 브랜드를 공개하지 않고 지난 3월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시험결과를 식약처와 해당 기업들에게만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고, 시험결과가 다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아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식약처가 '안전'이라고 발표하자마자, 환불과정에는 그토록 시간이 오래 걸렸던 업체가 바로 자사 제품이 안전하다며 환불 요청자들에게 문자를 돌렸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에는 생리대 제조업체 주식을 갖고 있는데 손해 본 것 소송 걸겠다는 전화가 오고, 모 교수님께서는 안전한 생리대에 딴지 걸어 불안을 증폭시킨 무책임한 시민단체라며 비판하시고요. 면 생리대 워크숍을 준비하던 한 학교에서는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했으니 워크숍을 취소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비판들 다 인정한다 쳐도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피해를 봤다고 자신의 몸으로 증거하는 수많은 여자들이 거짓말을 했을까요? 저는 오로지 그것이 궁금해요. 그토록 안전하다는데 여자들이 경험한 건강 이상은 자기 착각일 뿐인가요? 데이터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제대로 조사하기를, 그리고 그 결과를 기다리자고 제안 드리고 싶어요.
2. 생리대 관련 다른 유해성분은 뭐가 있나요?
해외에서는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퓨란,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를 비롯해 살충제 잔류물질, 향료 유해물질 등을 검출했거나 우려하고 있어요. 생리대는 생식기 외음부에 딱 붙여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호르몬, 특히 생식독성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검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2017년 16개 생리대에서 생식독성물질인 프탈레이트를 검출했습니다. 하지만 흡수율과 함량 등을 따진 위해성 평가 결과, 건강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3. 휘발성 유기화합물 들어있기는 하지만,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면서요?
먼저 여성 생식기 관련해 참고할 연구가 거의 없다는 점, 그래서 정확한 위해성 평가가 쉽지 않다는 점 이해합니다. 여성환경연대가 3월에 개최한 '생리대 안전 토론회'에서 환경보건 전문가인 서울대 최경호 교수님께서도 "발제를 준비하다가 이토록 여성 생식기나 여성위생용품에 대해 참고할 만한 연구가 없다는 점에 깜짝 놀랐다"고 하셨으니까요. 식약처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 한 여성건강 문제의 최전선을 개척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럴 경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어떤 점이 한계니 그 점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거나, 자료가 없어 다른 기준치와 비교했을 때는 정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식약처는 생식독성시험자료가 없는 일부 물질에 간 등의 독성 영향만 반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식약처는 "생식독성시험자료가 없는 물질이 10종 중 무엇이었으며, 대신 어떤 장기에 관한 독성자료를 기준으로 평가했는지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자료가 없는 불가피한 상황은 알겠지만, 어쨌든 생리대를 먹지는 않잖아요. 입으로 먹는 기준치(RfD)와 비교하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뭔가… 성급하지 않나요?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조현희 교수님께서는 경구 섭취(입으로 먹는 것)와 피부 흡수율, 특히 생식기에서의 노출은 다르다고 설명하셨어요. 입으로 섭취할 경우 대사작용을 거쳐 위와 장벽, 간에서 성분이 분해되어 20~30%가 영향을 준다면, 패치를 통해서는 거의 100% 흡수될 수 있다고 합니다. 생리대는 붙이는 패치 형식이니 더 잘 만들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죠.
또한 식약처는 피부 흡수율을 100%으로 최대한 설정했다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질 조직 혹은 질 점막의 흡수율은 피부 흡수율보다 높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왜냐면 여성 생식기의 소음순은 각질화 되지 않았거든요. 약을 투여하는 3가지 경로가 있죠. 먹거나 주사 맞거나, 마지막으로 질이나 항문에 넣는 거죠. 흡수가 빨라 효과도 좋으니까요. 그런데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피부 흡수율로만 위해성 평가를 했어요.
에이, 생식기도 피부인데 피부 흡수율을 100%으로 잡았다면 최고치 아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러나 여성 생식기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남성 고환의 경우 일반 피부에 비해 약 40배 정도 흡수율이 높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여성 생식기나 질의 흡수율에 대한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파우더 성분인 탈크는 생식기에 직접 바른 결과 난소암을 일으켰고 해외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2014년 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시험을 했던 '미국의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VE)'의 알렉산드라 대표도 지난 주 여성환경연대에 보내온 메일을 통해 비슷한 의견을 냈어요. 그 단체가 시험했던 '올웨이즈(Always)'의 제조업체인 피앤지 사는 2015년 자체적으로 위해성 평가를 진행해 안전하다고 밝혔는데, 그녀는 해당 연구가 여성 외음부와 질 조직이라는 특수한 노출 경로, 여성들의 생리대 착용 실태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더군요.
4. 식약처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 시험 결과를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식약처의 이번 조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시험 결과는 모두 식약처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번 조사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에 한정된 것이므로, 향후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국내 일회용 생리대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생리대와 일반 생리대는 검출농도가 아주 약간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차이가 미비해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고: '나트라케어'는 국내 정식 판매 중이라 '해외직구 생리대'가 아닌 '국내 일회용 생리대'로 분류 / 나트라케어는 대표적인 유기농 생리대, 순면 본, 아임오는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했던 생리대
2) 해외직구 생리대의 경우: 국내 일회용 생리대가 해외직구 생리대보다 검출수준이 낮았습니다. 또한 해외직구 생리대의 경우 유기농 생리대가 일반 생리대보다 높은 수준으로 검출되었습니다.
3)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10종이 모두 불검출된 제품은 '엘리스 크리닉스 날개형 슈퍼롱 오버나이트'와 '오레이디 오가닉 코튼 새니터리 패드(대형)'입니다.
4) 식약처가 공개한 표를 통해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의 수치가 가장 높은 생리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오버나이트'에서 가장 높게 나왔는데, 검출량이 패드당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양(μg/Pad)이라 오버나이트처럼 사이즈가 큰 생리대에서 높게 나올 수 있으니까요. 단위 면적당 검출량이 아니라는 점 고려하십시오.
5) 일회용 생리대와 일회용 팬티라이너 비교: 일회용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검출되었습니다. 그러나 보통 팬티라이너는 생리대보다 크기가 작은데도 비슷한 수준으로 검출되었다는 점, 팬티라이너가 월경 혈 처리를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이시기를 권합니다.
6) 향료가 들어있는 일회용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의 경우: 국내 일회용 생리대는 무향 / 유향 제품에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회용 팬티라이너의 경우 유향 제품이 약 2.5배 정도 높게 검출되었습니다. 따라서 일회용 팬티라이너를 구매하실 경우 향료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권합니다.
7) 일회용 기저귀와 일회용 생리대 및 팬티라이너 비교: 기저귀가 일회용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 비해 약 3배 정도 낮게 검출되었습니다.
8) 다회용 면 생리대와 면 팬티라이너의 경우: 다회용 면 생리대는 일회용 생리대에 비해 3배 정도 높게, 그리고 다회용 면 팬티라이너의 경우 일회용 팬티라이너에 비해 3배 정도 낮게 검출되었습니다. 아마도 천의 화학적 가공과정이나 안에 들어있는 방수필름에서 방출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방수필름이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다회용 면 팬티라이너는 검출농도가 낮기 때문이죠.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에 의뢰한 시험결과에 따르면 다회용 생리대는 최초 한 번 삶은 후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99%가 제거되었습니다. 다회용 생리대의 경우 최초 한 번은 나물 삶듯 푹 삶아 쓰실 것을 권합니다.
5. 곧 월경을 합니다. 앞으로 추가 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 어떻게 할까요?
- 개인적 차원에서는
1) 부작용이 있거나 몸에 잘 맞지 않는 생리대의 경우 다른 제품으로 바꾸고, 경험상 편안하고 잘 맞는 듯한 생리대를 사용할 것
2)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면 기업과 식약처에 신고할 것
3) 월경 기간이 아닐 경우 일회용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일 것
4) 써야 한다면 향료가 들어있지 않은 팬티라이너를 선택할 것
5) 여건이 된다면 면 생리대, 생리컵, 해면 등 대안생리대를 사용해 볼 것 (월경 기간 중 일부 동안, 혹은 집에 있을 때라도)
6) 가능한 월경기간 중 최대한 잘 쉬고 느리게 살기를 권합니다. (물론 이렇게 살기가 어렵죠… ㅠㅜ)
정부 당국에 요구합니다
1) 생리대 유해화학물질 규제 강화
예를 들어 생활화학용품과 화장품 규제에 포함된 '톨루엔'은 생식독성물질인데 생리대 품목허가 기준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성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고 안전한 생리대를 위한 기준을 세워주세요.
2) 전성분표시제 실시
먹거리, 화장품, 물티슈에는 전성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생리대에도 전성분표시제가 필요합니다.
3) 제대로 설계된 건강 역학조사 진행
건강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인이 휘발성 유기화합물인지, 다른 성분 때문인지, 제 3의 원인이 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피해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식약처가 발표한 것처럼 환경부, 질병관리본부가 참여하는 범정구기구의 역학조사를 환영합니다. 다만, 젠더 전문가 역시 포함되어 제대로 짜여진 역학조사가 진행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