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사건' 그 후, 여성들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0 2,210
 
IE002162488_STD.jpg


지난 17일,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1주기가 되는 날 부산에서도 추모문화제가 진행되었다. 서울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이 일은 아무 여성에게나,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체감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이 일어난 지 한달 도 채 되지 않아 동래에서는 한 남성이 여성만을 노려서 각목을 휘두른 사건이 있었다. 그 길은 나의 통근길이었고 사건은 내 퇴근시간을 아주 근소하게 비껴서 일어났다.

 

서울에서 죽을 수 있었던 사람이 나일 수도 있었고, 동래에서 각목에 맞은 사람이 나일 수도 있었다. 이때부터 사회에서 늘 피해자를 탓하듯 붙이던 '밤늦게', '짧은 치마', '유흥가', '만취한', '혼자 다니던' 이런 설명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부산에서도 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 모인 자리에서 우리들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토로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 경험이 없었다고 생각한 내 친구는, 성폭력을 당할 수도 있었던 순간을 기억해냈다. 우리는 여태까지 이렇게 살아왔던 것이다. 성폭력을 당하거나, 당할 수도 있었거나.

 

부산에서는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부산페미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왔다. 부산지하철 여성배려칸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적지 않은 (성)폭력을 겪는다는 것을 가시화하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페미니즘 강연을 열고,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산 남부경찰서 김형철 서장의 부적절한 발언(성추행 피해자에 대해서 "남자가 여자 궁디 만진 것까지 경찰이 핥아 줘야 하냐?"를 포함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폄하하는 발언 등)에 대하여 김형철 서장의 징계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1년을 보내고 다시 5월 17일이 찾아왔다. 우리는 서면 하트조형물에 모여 다시 포스트잇을 붙였다. 여기서 그 중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IE002162472_STD.jpg?22


 

IE002162473_STD.jpg?11


 

IE002162475_STD.jpg?97


 

IE002162476_STD.jpg?28


어제 행진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두려움은 용기로, 두려움은 행동으로, 두려움은 연대로!" 라고 외쳤다. 그렇게 외치며 우리는 이제 우리를 향한 혐오와 폭력에 두려워만 하지 않을 것을, 용기 내어 행동하고 다른 약자들과 연대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 지면을 빌려 IDAHOT(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행사를 마치고 추모문화제에 참석하여 연대해주신 성소수자 모임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IE002162477_STD.jpg?10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을 기념해 성소수자 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2004년부터 5월 17일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Biphobia, IDAHOT)로 기념하고 있다.

Comments